폴세잔의 주전자와 과일 바구니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폴 세잔의 〈커튼, 주전자, 그리고 과일 그릇〉은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를 소장했던 존 헤이 휘트니 부부가 가지고 있던 그림이다. 존 헤이 휘트니 부부는 유럽 근대 미술 대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모았는데 1950년대 들어서는 후기 인상파와 야수파 그림에 부쩍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샀다. 이들은 세상 누구보다도 훌륭한 후기 인상파 컬렉션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이들이 갖고 있던 후기 인상파 컬렉션의 꽃이었다.
이 그림은 1950년 존 헤이 휘트니 부부가 구입하기 전부터 이미 소장 기록이 화려했다. 파리에서 세잔을 처음 알아보고 키운 역사적 딜러인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첫 소장자다. 앙브루아즈 볼라르는 세잔뿐 아니라 피카소, 마티스, 고갱 등 당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화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여 파리 미술의 전성기를 열었다. 앙브루아즈 볼라르 이후에는 피카소와 마티스의 친구이자 딜러이던 또 다른 세계적 딜러 폴 로젠베르그 등을 거쳐 펜실베이니아의 세계적 미술관인 반스 재단 미술관에 소장돼 있었다. 반스 재단 미술관을 세운 앨버트 반스 박사는 임질 치료제를 개발해 큰돈을 번 의사이자 화학자로, 존 헤이 휘트니 부부보다 더 유명하고 존경받는 컬렉터였다.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에서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후기 인상파 화가들은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세잔이 특히 그랬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림의 소재나 주제보다 형태적인 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술에서 ‘형태적인 면(Formal Properties)’이라면 선, 모양, 색깔, 구도 등을 뜻한다. 즉 무엇을 그렸는지를 보지 말고 어떤 모양과 방법으로 외부 세계를 재현했는지 보라는 것이다.
이런 세잔의 작품 세계를 보여 주는 핵심은 역시 정물화다. 그는 30년 넘도록 정물화를 그렸다. 세잔은 근대의 미술 감상자들과 후대 화가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그 역할을 가장 잘 해낸 그림이 바로 세잔이 그린 과일이 있는 정물화다. 그래서 그의 정물화는 서양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정물화는 단일 시점과 원근법이 깨지고 화면이 입체감을 잃은, 세잔의 전형적인 정물화 스타일을 보여 준다.
세잔은 완전히 새로운 정물화를 개척했다. 그는 정물화의 오랜 전통을 완전히 깨 버렸다. 원근법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세잔은 “자연을 원형 기둥, 공, 원뿔의 형태로 다루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서 세상 사물을 간단한 면과 선으로 쪼갠 듯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그는 관객들에게 “그림은 화가가 여러 모양을 쌓아 올려 만든 가짜 현실이지 환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 보듯, 세잔의 정물화에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서려 있다. 흩어져 있는 과일과 주전자와 테이블보 사이에 밀고 당기는 듯한 긴장감이 있는데 이것이 세잔의 정물화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이기도 하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색을 제한적으로 쓰고, 사물을 한 시점이 아니라 여러 시점에서 본 대로 그렸다는 점에서 세잔은 바로 뒤에 이어지는 입체파의 피카소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러므로 그의 시도는 결국 훗날 추상 미술의 시조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피카소는 세잔을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 불렀다. 세잔은 20세기 모든 화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시대를 앞서 간 화가였다.
출처-http://cafe.daum.net/4toeic/Cwtl/131867 q=%ED%8F%B4%EC%84%B8%EC%9E%94%20'%EC%A3%BC%EC%A0%84%EC%9E%90%EC%99%80%20%EA%B3%BC%EC%9D%BC%EB%B0%94%EA%B5%AC%EB%8B%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