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일 과 저녁과일 은 어떻게...
“사람은 칼에 의해서보다 곧잘 저녁 식사로 죽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활기찬 건강을 유지하려면 저녁식사의 양을 줄이라는 의미다. “아침은 임금처럼, 저녁은 거지에게”라는 격언도 비슷한 뜻일 것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아침에 먹는 것이 더 이롭다는 얘기다. 구한말 유길준(兪吉濬)이 ‘서유견문’을 통해 “서양에서는 아침에 먹는 과일은 금, 점심때는 은, 저녁에는 납이라 한다”고 전했던 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도 아침만큼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콘플레이크와 무즙 수프를 비롯해 토스트·베이컨·치즈에 달걀이 4개씩 식탁에 올랐다니 오히려 과식이라고 해야 적당할 정도다. 바닷길에 멀미를 느낄수록 아침 식욕이 더했다고 하니 세기적 위인의 또다른 면모다. 시가를 연달아 피워댄데다 저녁마다 브랜디와 샴페인을 거르지 않았으면서도 1965년 91세로 타계하기까지 비교적 건강을 유지했던 나름대로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아침식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균형된 영양상태를 누릴 수 있으며, 업무능력과 집중력도 높아지게 된다고 한다. 건강식품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비만·고혈압·당뇨 등도 아침밥을 챙겨먹음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만병통치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명 연구 분야의 전문가인 미국 레너드 푼 교수의 “세계적으로 100세가 넘은 사람들은 아침밥을 거르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솔깃하게 들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아침형 인간’을 부르짖으면서도 오히려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밤늦은 술자리 탓에 입맛이 없거나 출근시간에 늦어서, 또는 살을 빼기 위해 안 먹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으려고 아침을 일부러 굶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하기야 지하철에 오르면서부터 선 채로 꾸벅대는가 하면 핸드백에서 화장품부터 꺼내드는 품새없는 남녀 직장인들에게 아침밥은 커다란 사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