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낚시를 할려는데 요즘 재철생선 이 어떤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에 이르는 시기는 감성돔낚시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이때야말로 본격적인 감성돔 시즌이다. 씨알, 마릿수 어느 것을 따져 보아도 모자람이 없다.
시즌 중반이 되면 내림 감성돔은 중도권이라 할 수 있는 초도군도, 손죽열도, 역만도, 완도권 등 나라 안의 대표적인 명소에 대부분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 감성돔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감성돔은 무리에 따라 어느 정도 시간 차를 두고 남하하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원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바다에서 감성돔 낚시가 이루어진다. 다만 제법 굵은 씨알로 짜여진 본진은 아무래도 육지에서 다소 떨어진 중도권에 여장을 푸는 경우가 많은 편.
이때를 굳이 감성돔 시즌의 절정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조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돔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신에서부터 고기의 맵시나 힘까지 제대로 갖추어지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이유 외에도 11월에서 1월 초반까지가 꾼들에게 가장 낚시하기 좋다는 점도 작용한다. 적당히 준비만 한다면 활동하기에 알맞은 날씨, 변덕이 심하지 않는 기상상태로 인해 철저한 계획 없이도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쉽게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따라 조과가 늘어나는 것은 부수적인 산물이다.
수온이 점점 낮아지고 활성도가 둔화되면서 감성돔의 먹새는 초반 왕성했던 것과는 달리 다소 주춤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밑밥을 이용한 공격적인 낚시가 주효하게 된다. 주로 낚시가 이루어지는 포인트는 직벽 형태의 갯바위 바깥쪽이나 어느 지형이든 조류의 흐름이 원활한 곳, 그리고 초반에 비해서 다소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입질이 잦고, 채비의 섬세함에도 신경을 써야만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흔히 1월 즈음을 초등시즌이라하여 대물낚시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본다. 대물 승부처인 영등시즌으로 가는 길목이라 하여 초등이라 일컫는데 50cm 이상의 대물급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원도권의 감성돔 소식이 전해진다.
흔히 기록갱신의 시기라는 영등 시즌은 일단 입질을 받았다 하면 대물이라고 단정지어도 될 정도. 하지만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감성돔낚시에 여간 맛을 들이지 못한 꾼은 감히 도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낚시다.
엄동설한을 헤치고 낚아낸 이때의 감성돔은 ‘영등 감성돔’이라 칭하며 다른 시기의 같은 감성돔 보다 한수 더 높게 친다. 힘과 기 모두가 정점에 올라있는 대물 감성돔을 낚아내는 것이기에 그동안 아기자기한 감성돔 손맛에 만족했던 꾼이라할지라도 당찬 힘까지 느껴볼 수 있다.
영등철이 되어서야 감성돔은 6짜를 넘어서는 괴물급이 선보이게 된다. 이들은 이미 약을대로 약아져 유난히 입질이 간사하다. 초보자는 어신 파악조차 힘들 정도인 것이다.
때문에 영등 대물을 낚아내기 위해서는 이보다 한 수 앞서 가는 섬세함이 있어야 한다. 되도록 가늘고 질긴 목줄을 쓰면서 매듭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채비라야만이 감성돔의 경계를 늦출 수 있다. 사실 더 큰 놈을 낚기 위해 약한 채비를 쓴다는 것은 다소 모순된 면이 있다. 그래도 곧 끊어질 듯 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낚아내는 그 묘미야 말로 낚시의 매력이기에 꾼들은 오히려 그 불리한 승부를 즐긴다.
영등시즌 포인트는 단연 원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도는 추자군도, 가거도, 거문도, 태도, 여서도 등지. 이곳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오염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교통이 편리해 졌고 낚싯배가 빨라져 예전의 원도다운 위력이 반감되었지만 여전히 원도권은 그들만의 힘을 보여준다. 이들 낚시터는 대체적으로 깊은 수심대와 잘 발달된 물곬 등으로 인해 대물 감성돔의 서식처로 그만이다.
영등 감성돔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바닥층을 노리는 승부수를 택해야 한다. 저수온기의 감성돔은 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코 앞까지 미끼를 가져다 놓는다는 생각으로 낚시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채비를 할 때에도 깊은 수심만을 염두에 두고 무작정 무겁게 하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타나 오히려 감성돔의 경계심만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약은 입질을 고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오도록 가볍고 단순하게 채비를 꾸리는 것이 좋다. 또한 감성돔의 활성도가 낮을 때에는 무작정 조류에 채비를 맡기는 것보다는 뒷줄을 잡고 인위적으로 연출하여 감성돔의 먹새를 자극하는 적절한 테크닉도 요구된다.